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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나날들. 그저 어려운 나날들이다. 그럼에도 묘하게 발끝에서 에너지가 올라오는 순간이 있다. 엄마와는 살면서 가장 크게 싸운 것 같고, 나 자신은 요즘들어 왜 이렇게 바보같다는 생각이 드는 건지. 드넓은 이 땅에서 하는 고민과 한탄이라고는 항상 같고, 들리는 소리는 점점 축소되어가고, 발은 게을러졌고, 코웃음은 늘었다. 돈 벌겠다고 하는 알바는 내 뒷 목을 당기게 한다.매장 언니들에게 잘 보이겠다고 과하게 열심히 하는 나를 보면서는 불쌍했고, 남자애들이 나에게 무거운 걸 왜 들고 있냐며 괜히 내가 창고에서 다 빼온 물건을 코 앞에서 가로챌 때 저 놈의 뒷통수를 후려갈기고 싶다라는 생각을 한다. 어서 그런 못 된 버릇을 배웠는지..... 파업 미화노동자의 빈 자리가 화장실에 넘쳐나는 쓰레기로 보여지는 현장이 무척이나.. 더보기
졸업식 친구 졸업식이 끝나고 괜히 비싼 식사를 하고 차를 마시며 노닥거리고 있었는데 왜인지 침울해져 각자 찻잔만 쳐다보고 있었다. 물론 동아리의 존폐위기(?)와 관련된 이야기가 나와서인지도 모르겠다. 괜시리 '까놓고 말하면' 이라는 말을 붙여가며 시니컬하게 말하게 되었다. 왜였을까. 무언가 이 조직에서 내가 우월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인가. 집에 오며 생각하니 부끄러웠다. 졸업한 친구에게서 그 자리로 가도 될까 라는 물음을 들었지만, 카페가 1인 1메뉴 주문인데다가, 우리의 분위기도 별로 여서 그냥 돌려서 오지 말라고 해버렸다. 무언가 이상한 기분이었다. 각자 다음학기 이야기를 했지만 그다지........ 카페의 음료는 맛은 별로이나 양은 많아, 일어나자고 하기도 뭐하고 그렇다고 계속 앉아있자니 .. 더보기
무지한 스승 어린아이들은 모두 대체로 충족시켜야 할 동일한 욕구를 가진다. 그들은 모두 마찬가지로 완전한 몫을 가지고 인간 사회에, 말하는 존재들의 사회에 들어가고 싶어한다. 그러려면 지능이 쉬어서는 안된다. " 이 아이는 그에게 서로 다른 언어들을 동시에 말하는 대상들에 둘러싸여 있다. 이 아이는 그 다른 언어들을 따로 또 같이 공부해야 한다. 그것들은 아무런 관계도 없고 흔히 서로 모순된다. 아이는 자연이 동시에 그의 눈, 촉각, 모든 감각에 말을 거는 이 모든 관용어들로부터 아무 것도 짐작할 수 없다. 그는 절대적으로 자의적인 그렇게나 많은 기호들을 다시 떠올리기 위해 자주 되풀이해야 한다. 이 모든 것을 위해서는 주의만이 필요할 뿐이다!" p111. 나는 내가 원할 때 관념들을 갖는다. 데카르트는 오성에 대해.. 더보기
졸업하면 뭐 할거야. 졸업하면 뭐 할 거야? 내 주위에서 점점 저 질문을 하는 사람들은 없어지고 있다 생각했는데 막상 복학이 눈앞에 다가오고 2011년 8월이 달력 6장 넘기면 찾아오는 현실이라고 느끼자마자 다시 저 질문들이 내 앞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예전과 달라진 거라면, 저 질문이 이제 나에게 내 세포 하나하나를 요동치게 할 만큼의 권위를 가지게 된 거랄까. 지금까지의 답의 역사를 살펴보자면, 1)여행을 갈 거에요 2)공간을 만들 거에요 3) 서울을 떠나있지 않을까요? 와 같다. 더 옛날로 거슬러 가보자면... 난 대학을 졸업하면 마치 운명과 같은 내 길이 보일 거라 생각했다. 그것이 광화문을 또각또각 소리내며 걸어 다니는 회사원이든, 일주일에 몇 번씩 성명서를 쓰고, 주말에도 거리에 나가는 활동가든, 혹은 깨알 같은 .. 더보기
2월 17일 - 사는 나를 멀리서 목격하게 될 때가 있다. 시공간은 그대로인데 나는 그 시공간을 초월한 곳에 있는 것이다. 그럴 때면, 햇빛도 음악도 사람들의 소리도 멀어져 평화로워진다. 아, 그저 이렇게 흘러가고 있구나 하는 느낌. 막다른 곳까지 같구나 하는 순간, 다른 곳으로 이미 흘러가고 있는 나를 본다. 이것이 슬픔의 끝이구나 하는 순간에 이미 '살면서' 울고 있는 나를 본다. 그렇다면 그까짓 것들은 정말 아무것도 아니구나, 그 무엇이 나를 무너뜨리게 하랴 하는 근거없는 자신감이 올라오기도 한다. 내 무슨 대단한 생명이라고. - 분리할 수 있는 것이 성숙의 과정이고 치유의 과정인 걸까. 분리하는 것이 더욱 사랑하는 방법일까. 포기일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분리한 뒤에도 외면하지 않으면 포기가 아니겠지. 주시하.. 더보기
1월 30일 지금의 내 삶에 다른 사람이 들어올 공간이 있을까요. 그들에게 인정받는 존재로서 나를 위치시키기 위해 계속 타인을 끌어들이고 있는 건 아닐까요. 맞는 사람, 의로운 사람, 좋은 사람, 위에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 계속 힘들어 합니다. 결국 낮은 자가 되기 싫어, 가난한 사람이 되기 싫어 이렇게 힘들어 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무엇을 바라보면서 낮은 자가 되셨습니까. 더보기
기억, 의지, 기대. 맺지 못한 과거의 기억은 기대의 대상이 된다. 나는 쓸쓸해질 때면 다시 내 기억의 골목을 쏘다닌다. 골목 속 쓰레기 통 하나하나 뒤져내어, 쓸 만한 물건을 이어붙인다. 그것은 지금의 나에게 유일한 위로이자 실존이다. 그 아직 버려지지 못한 쓰레기통엔 너가 있고 기대가 있고 의지가 있다. 잠들 때마다 꿈에 그 쓰레기통만 나와 준다면 기꺼이 잠들어 주겠다라고 생각한다. 매일 눈을 감고 잠을 청할지도 모를 일이다. 더보기
아침을 기록하고 싶다. 하루에도 몇 번씩 많은 길을 오간다. 이보다 더한 나락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가 다시금 웃었다가 이내 '그래도, 그럼에도 불구하고'로 연결된다. 알 수없이 깊은 그리움에 마음이 달칵달칵 하다가, 알 길 없는 내 앞에 마음이 불안불안 하다가, 지하철에서 머리를 콩콩 박아보다가, 신발 앞코로 바닥을 쳐 보다가, 5년 전을 생각했다가 7년 전을 생각하다가 6개월 후를 생각했다가 1년 후를 생각했다가 5년 후를 생각했다가 다시 컴퓨터 앞에 앉았다가 책 몇 자를 읽어보다가 TV를 켜 보았다가 슈퍼에 가봤다가 침대에 누워봤다가 이것이 결국 시간이 많아서 인가를 생각해보다가 결국 잠이 들었다가 다시 아침을 맞는다. 놀랍게도 나에게는 아침이 놓아져 있다. 솔직하게 놀랍게도는 아니다. 아직 나의 오만함으로선 아침은 내게..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