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도 몇 번씩 많은 길을 오간다.
이보다 더한 나락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가 다시금 웃었다가 이내 '그래도, 그럼에도 불구하고'로 연결된다. 알 수없이 깊은 그리움에 마음이 달칵달칵 하다가, 알 길 없는 내 앞에 마음이 불안불안 하다가, 지하철에서 머리를 콩콩 박아보다가, 신발 앞코로 바닥을 쳐 보다가, 5년 전을 생각했다가 7년 전을 생각하다가 6개월 후를 생각했다가 1년 후를 생각했다가 5년 후를 생각했다가 다시 컴퓨터 앞에 앉았다가 책 몇 자를 읽어보다가 TV를 켜 보았다가 슈퍼에 가봤다가 침대에 누워봤다가 이것이 결국 시간이 많아서 인가를 생각해보다가 결국 잠이 들었다가 다시 아침을 맞는다.
놀랍게도 나에게는 아침이 놓아져 있다. 솔직하게 놀랍게도는 아니다. 아직 나의 오만함으로선 아침은 내게 당연히 주어진 것이다. 아침에 감탄한 적이 많았다. 아침이 그리운 적이 많았다. 5년 전 복도의 그 아침이 감동적이었고 12월 그 아침이 감동적이었다. 지금은, 아침이 느껴지지 않는다. 나는 노란 장판, 혹은 모조 나무 장판 위에 누워있다. 내 밖으로 해는 떴다 다시 사라진다. 모든 것은 지나가고 나는 그저 누워있다. 나의 몸과 앉은 자리에서 손을 뻗을 수 있는 이들에게 행하는 몇몇의 행위 말고는 그저 멍하니 지키고 서 있다. 그러면서도 수만 길을 갔다가 많은 사람을 그리다 절망하며 맺는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밖 아침은 언제나 와 있는 것이다.
그 아침이 미칠듯이 부담스럽기도 하고 새삼 감사하기도 하다.
아침은 내게 무엇을 말하려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