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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황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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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에 다녀오면 여러 피켓들이 쌓인다.
항상 그냥 버렸었는데 오늘은 한 번 내 방 창문에 붙여보았다.
어제 4대강 관련 집회 다녀와서 받은 거였는데
뭐 대충, 4대강 stop. 운하 절대 안돼. 이런 내용이다.

뭔가 항상 광장에 다녀오고 나면 허탈했다. 앉아서 구호를 외치고 좀 두려움에 떨고 발언 듣고.
그래도 예전엔 뭔가 광장이 힘을 지닌 것 같았는데, 요샌 아주 그냥 꽉 막힌 누구 때문에
광장이 왠지 무기력해보인다. 아. 아. 아.
그래서, 무엇을 할까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하다가
그냥 냅다 피켓을 내 방 창문에 붙인 거다. 골목에 들어오는 사람이 보이게.
뭐, 진짜 별 일은 아니다. 그래도 쬐금 속이 시원하더라. 내가 할 수 있는 정말 최소한의 의사표현이랄까.

음, 그랬더니 아빠가 진짜 심각한 얼굴로. 창문에 돌이라도 맞으면 어쩔거냐고. 빨리 떼라고 한다.
요새 보수단체들이 얼마나 무서운데. 이 정권이 얼마나 4대강을 밀고 있는데... 하면서 말이다.
그래서 '그러니까 더 붙여놓아야지.'라고 했다. 그래도 여전히 심각한 얼굴이다. 동네엔 항상 경찰이 순찰을 도는데
그거 보고 요주의 집으로 찍히면 어쩌냐고 다그친다.

하긴, 내 집도 아니고 부모님 집이니 많이 신경이 쓰이나보다.
그래서 혹시 돌 진짜 맞고 테러 당한다면 떼는 걸 고민해보겠다고 했다.
그리고 만약 그렇다면 난 정말 이 나라에 절망할 거라고 했다. 물론 지금도 충분히 절망스럽지만.
엄마는 웃으며 좋다고 말했었는데 그냥 아빠가 이렇게 우려하니 신경이 쓰이나보다.
그래서 내가 '누가 뭐라고 하면 그 방 하숙 주었다고 해. 하숙 주어서 잘 모르겠다고 하면 되겠다.'라고 했다.

아빠의 반응이 참 씁쓸했다.
이게 규율이 내재화 되어 스스로 자신을 통제한다는 것이구나.
나도 심장이 두근두근대긴 한다. 별 거 아닌데도. 요새 하도 세상이 흉흉해서 말이다.
에잇, 그래도 침은 못 뱉어줄 망정 소심한 반항이라도 해야지. 에잇에잇퉤퉤.
4대강 그 사업은 정말 안 된단 말이다.................!!!!!!!!!!!!!!!!!!!!!!!!!!!이건 되돌릴 수도 없단 말이다!!!!!!!!!!!!!!!!!!!!!!!!!!!!!!
정말 안 돼. 정말.

그 분은 이제 그만 다른 거 살리겠다는 말 말고 썩은 자신의 영혼이나, 죽은 자신의 영혼이나 살리기 위해 노력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