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청과는 여행 중에 만났어요. 4월이었는데 전 3월부터 친구와 함께 <안녕...행>이라는 이름으로 전국여행을 하고 있었어요. 뭐 안 궁금해 하실 수도 있지만 안녕행은 친구와 제가 졸업을 앞두고 다른 사람들은 어찌 사나... 대학 때 하던 활동을 이어서 졸업 후에도 먹고 살 수 있나... 생각하며 떠난 거창하게 졸업작품이다! 라고 명명한 여행이죠. 행복하기 위해 함께 사는 사람들. 되살리는 사람들. 지키는 사람들. 잃어버린 사람들. 만나고 목격하고 한 것 같아요. 가고 싶었던 지역 단체나 공간에 메일을 보내 찾아갔어요.
희망청을 만난 곳은 전주에서 공공작업을 하고 있는 심심이었지요. 근 한 달만에 또래를 만난거라 흥분감을 쉽게 가라앉힐 수 없었어요. 저녁도 사주시고.. 흑흑... 저희 유머도 받아주시고.. 술도 사주시고.. 과자도 사주시고....흑흑
그렇게 연이 이어져 마포는 대학에도 '너의 여행은 안녕..행'이라는 주제로 참여했지요. 저희 여행은 7월에 끝났거든요. 잊혀져가고 있는 '여행의 기억' '호기로운 기억'을 자주 드려내는 분들이 바로 희망청입니다.
그냥 근황 이야기를 하라고 하셨으니... 근황을 이야기하자면..
지금은 합정역 근처에서 친구들과 모여살고 있어요. 여행 전에 이야기했었는데 정말 돌아오자마자 살게 되었죠. 저는 무슨 '일'을 하고 싶다기보다 그저 일상을 잘 꾸려가고 싶다. 생활을 잘 하고 싶다라는 생각을 자주합니다. 일상에서 맞딱뜨리는 노동을 누구에게 맡기거나 내팽겨치며 다른 일을 하고 싶진 않아요. 그것이 여행이 제게 준 영감이고 여행에서 만났던 사람들이 제게 알려 준 초대의 방법이죠. 언제나 곁을 내어줄 수 있는 빈 공간/마음과 우연히 무엇을 맞딱뜨려도 시간을 들여 생각하고 마주할 수 있는 < >을 만들어가며 살고 싶어요.
여행 중에 느낀 건 딱히 화폐를 벌지 않아도, 이미 난 내 자신을 추스르기 위해 많은 일을 해야되더라고요. 여행자에겐 몸뚱아리와 시간만 있으니 그게 여실히 드러난거죠. 불쑥 곁에 나타나는 사람들도 있고요. 그런 것들을 소중히 하면서 살 순 없을까 그런 생각을 합니다.
친구들과 함께 살고 있는 이유도 이 맥락과 맞닿는 부분이 있을거에요. 집에서 나가 다른데서 완벽한 인간이 되었다가 집에서는 그저 널부러지는 삶이 아니라 일상에서 끊임없이 무언가를 하고, 이어짐의 하루를 살아가는 연습, 그리고 함께 사는 연습, 곁을 내어주는 연습.
물론 살다보니 아름답진 않네요. 아, 집은 역시 집인가 하는 생각도 들고 화도 잘나고, 곁을 내어주기는 커녕 가끔 동거인들이 안 들어왔음 좋겠고... 하하.
그래도 동거인들을 배웅하거나 저녁에 가끔 하루일과를 이야기할 때면 같이 윷놀이하고 김장하고 있을 때면 재밌구나... 해요. 같이 텃밭꾸러미를 받아 먹는 경험도 좋고요.
여행은 끝났지만 여전히 길 위, 도중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제가 생각했던 것과 제가 익숙한 것이 달라 흠칫 놀라고 내가 하고있는게 내가 행복한 일일까 의심하기도 하고 좀 더 남들이 말하는 사회참여적인 일을 해야 하나 싶기도 하고... 그래도 일단, 하고자 했던 일을 하나씩 연습해가고 있으니 좀 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겠죠.
얼마전에 누군가가 인생의 키워드가 무엇이냐 라는 질문을 했었는데.... 저는 '함께 살기, 함께 행복하기' 같아요. 제가 졸업을 하든 안 하든, 취업을 하든 안 하든,이 집을 떠나든 머무르든 이 키워드는 계속 저의 길을 만들어 주겠죠. 여행에서 만난 사람들은 참 잘하고 있던데....허허.
무슨 일을 하든, 어떻게 살든 함께 행복하고 싶어 하는 일이 었음 좋겠어용
요것이 저의 최근 근황이에요. /여기까지가 어린양의 소회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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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을 스크립트로 했으니 당연히 횡설수설. 초대해 준 이에게 좀 민망했다.
이런 이야기 듣자고 부르신 건 아닐 것 같은데... 무튼, 간만에 말이라는 것을 했다.
정말 함께 행복하고 싶어 하는 걸까. 나? 거짓말 같은 느낌이 든다.
대체 함께 라는 것은 무엇일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