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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행

안녕행


할머니들의 오고가는 대화 속에 살아 있는 촌철살인의 유머, 앞에 있는 사람의 눈빛 속에서 혹은 산을 오르며 발견하게 되는 빛의 움직임에서 느껴지는 생에 대한 느낌, 바닷길을 거닐다 잠깐 엿듣게 되는 할머니의 나지막한 노랫소리, 나를 위해 누군가가 준비해준 예쁜 글씨의 현수막, 남은 음식물을 가지고 만드는 정체불명의 음식의 맛과 그 절묘함, 앞서 이야기한 삶을 꾸려가기 위한 반복적인 노동들 속에서 느껴지는 겸허함과 하루하루 익숙해지는 손길에서 오는 재미, 무뚝뚝한 표정이 짧은 인사와 함께 순식간에 환한 웃음으로 바뀌어 지는 찰나의 놀라움, 오랜 시간 뒤엉켜 자리 잡은 골목에 들어섰을 때 느껴지는 뭔지 모를 흥분과 설렘. 오히려 내게 큰 감흥을 주고, 다시 그것을 기록하고, 표현하고픈 욕망을 갖게 해주는 순간들은 바로 이런 때이다. 누구나 한번쯤은 경험했을 그 순간들, 찰나들에 대한 기억.


이런 순간들을 기억하고, 이런 순간과 장면들에 예민해질 때, 그것을 아름다움이라 말하고 그들에게 힘을 실어줄 때 비로소 강을 파헤치며 그것을 감히 ‘아름다운 강, 명품 보’ 라고 명명하는 농간에 놀아나지 않고, 사람이 살고 있는 집을 부수어 문화생태공원을 만드는 요상한 행위에 동조하지 않을 수 있는 힘을 갖게 될 것이다. 또한 아름다움이라고 하며 소비를 부추기는 자본의 논리를 거부하고 스스로의 창조를 시도해볼 수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우리는 좀 더 내 옆에 있는 이의 눈빛에, 말소리에, 움직임에 집중하게 될 것이고 내가 사는 공간, 내가 걸어 다니는 길에 애정을 쏟게 될 것이다. 마실을 나와 작은 텃밭을 가꾸는 일도, 정성스레 부추김치를 담가 나누는 일도 하릴없는 자의 시간 죽이기가 아니라 생과 아름다움이 만나는 창조와 나눔의 현장이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