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이상
캄캄한공기를마시면폐에해롭다.폐벽에끌음이앉는다.밤새도록나는몸살을앓는다.밤은참많기도하더라.실어내가기도하고실어들여오기도하고하다가잊어버리고새벽이된다.폐에도아침이켜진다.밤사이에무엇이없어졌나살펴본다.습관이도로와있다.다만내치사한책이여러장찢겼다.초췌한결론위에아침햇살이자세히적힌다.영원히그코없는밤은오지않을듯이.
나는 근래의 내 심경을 정직하게 말하려하지 않는다. 말할 수 없다. 만신창이의 나이건만 약간의 귀족 취미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만약 남 듣기 좋게 말한자면 나는 절대로 내 자신을 경멸하지 않고 그 대신 부끄럽게 생각하리라는 그러한 심리로 이동하였다고 할 수는 있다. 적어도 그것에 가까운 것만은 사실이다. <공포의 기록, 이상>
나는 마음을 조용히 또 순하게 먹어야 할 것이라고 여러 번 괴로워하는데 그렇게 괴로워하는 것은 도리어 또 겹겹이 짐되는 것도 같아서 나는 차라리 방심상태를 꾸미고 방 안에서는 천장만 쳐다보거나 나오면 허공만 쳐다보거나 하재도 역시 나를 싸고도는 온갖 것에 대한 증오의 염이 무럭무럭 구름 일 듯 하는 것을 영 막을 길이 없다. <공포의 기록, 이상>
이렇게 따뜻한 볕을 쪼이면서 이렇게 혼곤한데 하필 사람만을 미워해야 되는 까닭이 무엇이냐.
<공포의 기록, 이상>
혼자서 나쁜 짓을 해보고 싶다. 이렇게 어두컴컴한 방 안에 표본과 같이 혼자 단좌하여 창백한 얼굴로 나는 후회를 기다리고 있다. <공포의 기록, 이상>
회한의 장
- 이상
가장 무력한 사내가 되기 위해 나는 얼금뱅이었다.
세상에 한 여성조차 나를 돌아보지는 않는다.
나의 나태는 안심이다.
양팔을 자르고 나의 직무를 회피한다.
이제는 나에게 일을 하라는 자는 없다.
내가 무서워하는 지배는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다.
역사는 무거운 짐이다.
세상에 대한 사표 쓰기란 더욱 무거운 짐이다.
나는 나의 문자들을 가둬버렸다.
도서관에서 온 소환장을 이제 난 읽지 못한다.
나는 이젠 세상에 맞지 않는 옷이다.
봉분보다도 나의 의무는 적다.
나에겐 그 무엇을 이해해야 하는 고통은 완전히 사라져버렸다.
나는 아무 때문도 보지는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아무것에게도 또한 보이지 않을게다.
처음으로 나는 완전히 비겁해지기에 성공한 셈이다.
무제
-이상
...............(중략)................달은 밝은데 그 때부터 가까운 길을 일부러 멀리 걷는 버릇을 배웠더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