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햐, 글 쓰기에 재미붙인 최근이다. 주장하는 글 말고 숙제말고 제안하는 글 말고 소개하는 글 말고 요렇게 그냥 장난치는 글을 쓰는 건 참 재밌다. 오늘 몸도 마음도 안 좋아요, 라고 살짝 문자를 보냈더니 바로 전화오신 나의 도예선생님. 새로운 남자회원이 2명이고 공방엔 후리지아 꽃이 피었고 오면 맛있는 걸 사주신다고 나를 금방 달래신다. 하하. 사실 몸이 안 좋은 것 같은 건 어제 술 먹고 돌아와서 엄마와 아침의 무서움에 대해 막 수다를 떨다가 바로 엄마 옆에 붙어서 자다가 너무 뜨거운 전기장판에 잠을 설쳤기 때문이고 마음이 안 좋은 건 그냥 사실 흥이 안 난다는 정도 였는데, (흥이 안나면 난 도예를 할 수가 없으니까)이렇게 바로 전화하실 줄이야. 으아. 난 역시 거짓말을 못한다. 조금만 더 힘든 척을 했으면 오늘 집에서 완전히 안 나갈 수 있었는뎁. 결국 난 머리감고 나가야겠구나. 그래. 힘차게 나가 흙을 조물딱 대면 흥이 슬슬 날지도 모를 일. 그러면 집에 돌아와서 힘차게 엑셀을 돌릴 수 있을테고 왕배킴의 쪽글 커리도 열심히 읽을 수 있을테다! (사실은 다녀와서 뻗지만 않았으면 좋겠다.)
오늘 나는 내 옛날 블로그 글을 읽었는데 참으로, 내가 가여워졌다. 엄청 이리 다들 감정이 폭발할 것 같은 글만 가득한게냐. 읽는 내가 힘들었다. 유치한 놈. 그래서 이제 이렇게 그냥 조그조그만 이야기도 적을거다. 이햐
나의 작은 목표를 세웠다. 남들은 여/남이 구분되지 않는다는 나의 귀여운 우울한 소녀 캐릭터를 적극적으로 그려 볼 생각이다. 현미킴 선생님이 마침 저번에 오, 현대여성의 그런 모습을 잘 나타냈군. 이라고 칭찬해주었거든. 그리고 페미니즘의 이해 시간에 선생님이 단 한번의 쉬는 시간 없이 2시간 수업을 꽉 채우실 때 단번에 3장의 소녀를 그려내고는 이내 마음먹었다. 이걸로 나의 전시를 해볼테다. 라고. 눈에 보석이 반짝반짝하고 긴 생머리가 휘날리고 작은 얼굴에 팔등신 미인이 아닌 진짜 다양한 얼굴형에 다양한 눈 사이즈에 다양한 몸매로 그릴거다. 그래서 알록달록한 옷을 입힐거다. 히. 기분좋은 일이다. 마침 예전에 쓰던, 내가 찾아도 찾아도 나오지 않던 60색 색연필이 사삭 하고 나타났다. 무튼 열심히 그려야지.
난 역시 내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해 먹고 살 것인지 결정하지 못하겠다. 그냥 함께 즐겁게 잘 살기. 라는 큰 테마만 있을 뿐. 난 문화예술생산밥집을 하면서 그냥 지역에서 커뮤니티 관련 활동을 하면 살고 싶기도 하고, 정말 로컬푸드관련 사회적 기업을 만들어보고 싶기도 하고 아님 확 내가 대안학교를 만들어 버리고 싶기도 하고 아님 또 뭐 블라블라 아님 정말 스스로 생산하고 소비하고 놀고 교육하고 요 순환이 될 수 있는 공간, 공동체를 만들고 싶기도 하고. 참으로 꿈은 크다.
사실 마음 맞는 이들과 함께 생활하고 고민하고 즐겁다면 무엇이 안 재미있겠는가. 하지만 말이지. 난 정말 이렇게 대책없이 마음 맞는 이들이 내 옆에서 못 도망가도록 확 잡아챌 수 있을까. 혹은 마음이 맞는 이를 만났을 때 주저하지 않고 나의 꿈들을 막 이야기하며 제안할 수 있을까. 가장 큰 난제는 내가 마음 맞는 이들과 함께 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어쨌든 졸업을 하고는 여행을 떠날 생각이다. 지역에서 나의 역할모델이라고 할 수 있는 숨어있는 그들을 구석구석 만나러 다녀보고 싶다. 여행이지만 그건 배움의 의미가 크겠지. 걸어서가도 좋겠고 기차를 타고 좋을거야. 함께 출발할 수 있는 이가 세명 정도 있다면 정말 좋을 것 같다. 그래, 앞으로는 이 여행 계획을 구체적으로 짜는데 신경을 좀 써야겠어. 그리고 내가 계속 즐거운 활동을 하고픈 친구들에게 제안을 해야지. 아마 분명 와이 친구들이 많을테지. 꿈틀댐 탐방 여행이 그 이름이고 그 여행의 결과물은 살짝쿵 책으로 정리되도 좋을 것 같다. 아님 음악으로 아님 그림으로 등등등. 그래, 난 이제 앞으로는 이렇게 말해야겠다. 난 졸업하고 떠나겠어요.
아, 이제 공방에 가야겠다. 선생님이 너무 늦게 오진 말라고 하셨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