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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할 권리



그 때 진심으로 이상이 동경가기를 바란 사람은 아마 주위에선 이상의 부인과 나밖에 없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 때 이상의 처지가 도저히 사람의 탈을 쓰고는 경성에 버틸 수 없게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자세한 설명은 삼가거니와 하여간 그 때 이상의 처지란 완전한 이상의 탈피를 요구하고 있었다. 앞을 가린 장벽을 뚫고 나가느냐, 넘어가느냐 그렇지 않으면 골목 밖으로 되돌아 오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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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경성에서 이상이 생각하던 마루노우찌 빌딩이란 무엇인가? 그건 바로 환상이다. 환상이라는 점은 토오꾜오도 마찬가지다. 또한 그가 성공의 목표로 삼았던 문학도 마찬가지다. 그 환상을 '삶의 여항'으로 믿고 나섰으니 이상의 토오꾜오행이 시작되자마자 끝나는 것은 당연하다.

<여행할 권리> 김연수 중에 고은의 <이상평전>에서 발췌한 부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