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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행

쉼을 못 하는 자의 한탄

여행 중 더 절실히 알았다. 난 쉼을 못 하는 자다. 여행 중 마음 편히, 자연스레, 아무 생각 없이 누워서 쉰 적이 없다. 잠을 편하게 잔 것도 손에 꼽을 정도이다. 이 같은 증상은 여행의 시간이 오래 될 수록 더 한다. 내 존재가 불안할 수록, 옆에 있는 명화가 왠지 멀리 있는 것 처럼 느껴질 수록 더더욱 그렇다. 난 더 보고, 더 쓰고, 더 가보려고 발버둥이다. 좀 더 내가 생각했던 여행과 비슷해 지려고....안간힘이다. 써지지 않아도 노트를 붙잡고 있고 다리가 아파도 계속 걷는다. 왠지 아침 일찍 일어나야 할 것 같아 알람도 새벽에 맞춘다. (하지만 매일 실패한다.) 지도를 뚫어지게 보면서 지도에서 못 가게 되는 지역을 무지하게 안타까워하며 왠지 할 일을 안 한 것 같다는 생각에 사로잡히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내 몸이 피곤한 건 당연하다. 두드러기도 나고 피도 나고 머리도 아프고 다리, 발목도 아프다. 그리곤 지쳐서 집에 가고 싶은 마음이 제일 크게 든다. 왜일까. 왜왜.



나 이러려고 여행을 시작한 거야? 여행을 잘 해 보려는 마음은 이제 또 스트레스다. 아니다. 잘하려고? 그 마음보다는 그 뭔지 모를 시선에 잘 보이려고 하는 게 더 강한 지도 모르겠다. 뭔가 남기려고 발버둥이다.

난 지금 이 여행을 무언가 '달성할 것'으로 여기고 있는 건가. 그렇다. 물론 이 여행은 미래에 대한 불안과 함께 시작되었다. 그 불안은 무언가 이 여행이 앞으로 나를 증명해주길, 확실한 동아줄이 되어주길 바랬던 것 같다. 내 방식의 '스펙'이 되었으면 하고 바랬던 것 같다. 지금 나를 추동하는 힘은 내가 평소에 비판했던 맹목적인 스펙쌓기를 추동하는 힘과 뭐가 다른가. 무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