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름의 격변기를 보내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무엇인가를 정리할 수 있을 것인가. 너와 나 사이에, 정확히 말하면 너에게,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나에게 희망이 안 보인다.
못하겠다. 너무나 바랬던, 그래 깜냥에도 안 맞게 꿈만 너무 컸던 나는 내가 상상하는 속도에 내가 눌려 허우적댄다.
아니, 그 속도에 찢겨버려 나는 실망의 실망을 거듭하고 가끔은 분노에, 가끔은 무기력에 휩싸인다.
하지만 그 어떤 것도 네게 요구할 순 없겠다. 그 요구를 내가 책임질 수 없다. 더 이상은 미래를 그릴 수가 없다.
일말의 희망을 품고 혼자 끄적였던 나의 흔적은 먼지만 쌓여간다. 원래 그 곳에 있었는지 없었는지 생겼는지 변화했는지 눈길조차 받지 못한채 먼지만 자욱하게 쌓여간다. 몇 번 따스한 손길로 그 먼지를 닦아내던 나도 이제는 싸늘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