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
경계
2009. 2. 19. 20:23
친구에게.
오늘은 매우 잘 빠진 글이 쓰고 싶어서 억지로 컴퓨터를 켰어.
그냥 아주 멋진 글이 쓰고 싶었던 거야. 말 그대로 잘 빠진 글. 여기에 내가 쓰는 말은 잘 빠짐을 위해 꾸며낸 말일 수도 있고
꾸며낸 말을 가장한 진짜 나의 말일 수도 있지.
친구야, 난 지금 아주 이상한 기분이야. 노래를 듣고 있는데 매우 슬픈 것 같은데 카페인 과다 섭취를 한 듯 마음은 그냥 벌렁거리고만 있다. 난 생각해. 정치적 올바름이라는 것은 무엇이며 나의 공감과 행동은 무엇이냐는 것이지. 식상하다고 생각한다. 잘 빠진 글을 쓰기에 이런 주제는 적합하지 않지. 요즘 난 너무 게으른 삶을 살고 있다. 무던한 삶을 살고 있기도 하지. 너무 헤프게 웃고 너무 헤프게 위로하고 너무 헤프게 말을 건다. 그 안에 나는 아마 이미 벽을 두고 있을지도 몰라. 진심따위는 저 멀리 쳐박아 놓은지 오래일지도 모르지. 힘들어하며 꺼냈던 말들이 수만번 고민하며 내밀었던 손이 이제는 단 몇 초만에 튀어나오고 있어. 안타까운 일이야. 이걸 깨닫는 순간마다 내 자신이 부끄러워 참을 수가 없다. 내가 비수가 되지는 않았는지 내가 너무 급하진 않았는지 나에게 자신이 없다.
또 하나 너에게 고백해야하는 것은 나의 게으름이 정도를 넘어서고 있다는 것이야. 고민을 놓고 시선을 놓고 그렇게 지내고 있다. 귀도 막고 눈도 막고 손도 묶어 놓고 딱 그간 반복해온 딱 그 정도로만 반응하고 있어. 응 그래서 미칠 것 같아. 한편으론 이런 생각도 들지. 뭐, 이렇게 산다고 내가 많이 잘못한 건가? 하는 생각. 그치만 이 질문을 하기에 앞서 난 아마 판단을 내리고 있는 걸지도 몰라.
친구야, 너는 이제 새로운 곳으로 떠난다고 내게 말하는 구나. 새로운 곳에 가보니 우리가 살고 있는 여기는 너무 좁았었다며 현실이 아니었다며 나에게 말하는 구나. 그래 난 아직도 여기에 있구나. 거창한 모든 것을 떼 놓고 우리 이야기해보자. 사실 난 내가 아직 여기에 머무르는 이유를 매우 간지나게 에이포 용지 한 장으로 서술할 수 있다. 원한다면 더 길게 써 줄수도 있고. 근데 그냥 솔직하게 그 에이포 용지 던져놓고 이야기해보자. 그래 날 잡고 있는 건 익숙함과 두려움, 인정의 욕구, 소속감, 친밀의 욕구 일지도 모르겠다. 부끄럽구나. 새로 떠나려 하는 너에게 이런 말을 건네기가. 너는 나에게 다시 묻는구나.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지. 해줄 말이 없어서 미안해. 나의 무던함이 나의 건달같음이 너에게 상처가 되지 않았음 좋겠다. 아마 나는 존재만으로 너에게, 너는 존재만으로 나에게 상처가 되고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친구야, 나 진상 좀 떨어도 되겠니. 나에게 어깨 좀 빌려주렴. 아무말 없이 몇 분만 빌려줄 수 있겠니. 어깨가 싫다면 등이라도.
친구야, 쓰고 보니 그리 잘 빠진 글은 아니었구나. 너에게 쓸 말은 한 뭉치 정도 더 있다만 음악과 애매한 정도의 슬픔이 나를 막고 있다. 이제 그만 쓰고 싶어. 인사할게. 건강하게 지내.
오늘은 매우 잘 빠진 글이 쓰고 싶어서 억지로 컴퓨터를 켰어.
그냥 아주 멋진 글이 쓰고 싶었던 거야. 말 그대로 잘 빠진 글. 여기에 내가 쓰는 말은 잘 빠짐을 위해 꾸며낸 말일 수도 있고
꾸며낸 말을 가장한 진짜 나의 말일 수도 있지.
친구야, 난 지금 아주 이상한 기분이야. 노래를 듣고 있는데 매우 슬픈 것 같은데 카페인 과다 섭취를 한 듯 마음은 그냥 벌렁거리고만 있다. 난 생각해. 정치적 올바름이라는 것은 무엇이며 나의 공감과 행동은 무엇이냐는 것이지. 식상하다고 생각한다. 잘 빠진 글을 쓰기에 이런 주제는 적합하지 않지. 요즘 난 너무 게으른 삶을 살고 있다. 무던한 삶을 살고 있기도 하지. 너무 헤프게 웃고 너무 헤프게 위로하고 너무 헤프게 말을 건다. 그 안에 나는 아마 이미 벽을 두고 있을지도 몰라. 진심따위는 저 멀리 쳐박아 놓은지 오래일지도 모르지. 힘들어하며 꺼냈던 말들이 수만번 고민하며 내밀었던 손이 이제는 단 몇 초만에 튀어나오고 있어. 안타까운 일이야. 이걸 깨닫는 순간마다 내 자신이 부끄러워 참을 수가 없다. 내가 비수가 되지는 않았는지 내가 너무 급하진 않았는지 나에게 자신이 없다.
또 하나 너에게 고백해야하는 것은 나의 게으름이 정도를 넘어서고 있다는 것이야. 고민을 놓고 시선을 놓고 그렇게 지내고 있다. 귀도 막고 눈도 막고 손도 묶어 놓고 딱 그간 반복해온 딱 그 정도로만 반응하고 있어. 응 그래서 미칠 것 같아. 한편으론 이런 생각도 들지. 뭐, 이렇게 산다고 내가 많이 잘못한 건가? 하는 생각. 그치만 이 질문을 하기에 앞서 난 아마 판단을 내리고 있는 걸지도 몰라.
친구야, 너는 이제 새로운 곳으로 떠난다고 내게 말하는 구나. 새로운 곳에 가보니 우리가 살고 있는 여기는 너무 좁았었다며 현실이 아니었다며 나에게 말하는 구나. 그래 난 아직도 여기에 있구나. 거창한 모든 것을 떼 놓고 우리 이야기해보자. 사실 난 내가 아직 여기에 머무르는 이유를 매우 간지나게 에이포 용지 한 장으로 서술할 수 있다. 원한다면 더 길게 써 줄수도 있고. 근데 그냥 솔직하게 그 에이포 용지 던져놓고 이야기해보자. 그래 날 잡고 있는 건 익숙함과 두려움, 인정의 욕구, 소속감, 친밀의 욕구 일지도 모르겠다. 부끄럽구나. 새로 떠나려 하는 너에게 이런 말을 건네기가. 너는 나에게 다시 묻는구나.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지. 해줄 말이 없어서 미안해. 나의 무던함이 나의 건달같음이 너에게 상처가 되지 않았음 좋겠다. 아마 나는 존재만으로 너에게, 너는 존재만으로 나에게 상처가 되고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친구야, 나 진상 좀 떨어도 되겠니. 나에게 어깨 좀 빌려주렴. 아무말 없이 몇 분만 빌려줄 수 있겠니. 어깨가 싫다면 등이라도.
친구야, 쓰고 보니 그리 잘 빠진 글은 아니었구나. 너에게 쓸 말은 한 뭉치 정도 더 있다만 음악과 애매한 정도의 슬픔이 나를 막고 있다. 이제 그만 쓰고 싶어. 인사할게. 건강하게 지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