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 2009. 12. 16. 14:14



슬픈 열대야


                                              박정대



이곳은 창문 너머로
야자수 같은 게 흔들거리는 슬픈 열대야
아니 자세히 보면 수족관의 물풀들이 하늘하늘 흔들리고 있어
지금은 오래된 유행가처럼
어디선가 한 소절 바람이 불어온다.
슬픈 열대야,
나 지금 대야에 찬물을 받아 세수를 하고 있어
지금은 안 보이는,
너를 보기 위해 눈동자를 씻고 있어
그러나 내 발밑
깊은 땅속으로는
스무 량을 단 밤열차가
기적도 없이 흘러가지, 전갈처럼
제 몸을 물어뜯어서라도
사랑하고 싶을 때가 있어, 사막을
통과하는 바람처럼
뜨거운 목울대로 울고 싶을 때도 있는거야
가끔은, 인간이 창문 너머로 보이기도 한다
이곳은 슬픈 열대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