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황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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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
2009. 5. 31. 00:50
2006년, 내가 까만 전경에게 잡힌 그 광화문 대로, 그 때도
2008년, 내가 까만 전경들 사이에서 광화문-시청-종로를 뛰어 당기던, 그 때도
2009년, 까만 전경들이 가득 메운 덕수궁 앞 오늘도
달라진 게 없어요. 달라진 건 내가 까만 전경들을 점점 더 무섭게 느낀다는 거
시간이 흐르며 사람들이 빠져나가고 까만 전경에 막혀 갈 곳은 없고 촛불은 계속 태우고 있는 채로
대오에 남아 똑같은 구호를 외치고, 분노 자체에 사로잡혀 그것을 풀어내는 데 혈안이 되어있는
그 현장이 갈 수록 참기 힘들다는 거, 더 무기력해진다는 거.
정말 막다른 곳인데 도저히 뭘 해야할지 모르겠다는, 아니 이젠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지 모르겠다는거.
광장에 나가 이야기를 해야한다는 것에 엄청난 확신을 가지고 전경과의 격렬한 대치 속에서도 물러나지 않는 이들에게 면목이 없어진다는 거.
도대체 누가 문제인지, 정말 이명박 그 한 사람이 문제인지. 아님, 자본주의가 문제인지. 아님, 국가권력이 문제인지.
도대체 어디서 무엇이 이런 끔찍한 일들을 발생시키는 것인지. 너무나 알 수 없어서 보이지 않아서 심지어는 우리 안에 다 그 원인을 나눠 갖고 있는 것 같아서 눈물이 주륵주륵 흐르고, 할 수 있는 건 기도 뿐이었다.
도대체 이 경험들은 사람들에게 어떤 조각들의 상처를 가지고 살게 할까. 거리로 나왔던 시민이나 전경은 물론이거니와, 그것을 보면서 차마 들어가진 못하면서 죄책감에 치를 떨었던 사람들이나, 이들을 초월한 권력에게나, 밥 먹다가 쇼핑하다가 문득문득 우린 이렇게 답답한 상황이지를 깨닫는 사람에게나, 그 현장에서 주섬주섬 잠자리를 만드는, 한 푼만을 외치는 사람들에게나
주님, 왜 죽으셨나요. 무엇 때문에 죽음을 택하신 건가요. 무엇을 꿈꾸며, 무엇을 위해 죽으셨나요. 죽음 후에 세상은 확 바뀌지 않았어요, 결국 당신의 죽음은 완벽히 무엇을 전환시키진 않았어요, 그렇다면 뭔가요. 뭔가요. 뭔가요. 아마 당신은 자신의 죽음이 세상을 바꿀 거라고 확신하며 죽음을 선택하진 않았겠죠. 당신이 궁금합니다. 왜왜왜, 죽음을 택한 건가요. 왜.
왜 같이 살고자 하는 마음이 당연한 것이 아닐까. 왜 모든 삶이 존중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게 당연한 게 아닌건지.
당췌 알 수가 없다. 도대체 우리는 왜 사는 거지. 살아남으려고 사는 건가? 생명을 넘어서 달성해야할 그 무엇은 대체 뭐지.
누가 그걸 달성하자고 한 거지. 우린 누군가를 짓밟아야 누군가를 힘들게 해야, 살 수 있는 건가.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대체 누구와 살고 싶은 거지,
너무나 절망적이어서 당신을 찾아 묻고 또 물었습니다. 어떻게 보고 계시나요. 왜 그 뜻은 이 땅에서 이루어지지 않는 건가요.
또 다시 반복될 내일을 생각하면 오바하는 건가 싶습니다.
이 오바와 오늘과 어제의 시간들이 의미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정말로.
난 정말 모르겠어요 정말 난 개미 같은 존재라는 걸 우리가 이야기했던 그 모든 것들은 어쩌면 개미같은 거일수도 있을 거란 걸, 깨달았어요. 왜 난 이제 어느정도 - 라고 생각했던 걸까요. 왜 고정되고 안정된 상태라고 생각했을까요. 왜 나는 이제 무엇을 찾았다고 생각한 걸까요
하지만 내가 살아가고 꿈꾸는 이유는 개미가 필요없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