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교토/오사카
2010 교토. 12월 11일 즈음 되려나. 보내지 않은 편지, 넋두리
경계
2011. 8. 12. 23:12
00,
여행 중에 가장 많이 떠오른 사람은 너다. 네가 나에게 했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시도 때도 없이 떠오른다. 뭐가 그렇게 두려운 거야? 관심받고 싶어서? 뚱하게 있는 나에게 니가 던지는, 대개 날카로운 말들... 어찌 되었건 전해 줄 편지에도 썼듯이 여행은 황홀하다. 뭐 물론 회의와 경멸의 시간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건 잠깐이고 순간이며 앞으로도 계속 있을 것이기에 그리 내 신경을 건드리지 않는다. 적어도 딱 이곳에서는. 회의와 경멸보단 기대와 설렘, 놀람이 있기 때문이다.
내가 힘든 것은 그 감탄 뒤에, 그러니까 놀라운 햇살을 기록한 뒤에 도로 오는 습관이다. 난 그러고 보면 사람에 대한 기대, 애정, 친밀감을 원하는 것이 꽤 큰 사람인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몰랐다는 듯이 쓰고 있으려니 우습다.) 언젠가 네가 이야기 했었나? ... 왠지 들었던 것도 같은데..
무튼 어떻게 하면 내 마음을, 내 진심을, 내 웃음과 기대의 마음을 전달 할 수 있을까. 내가 여행을 다니며 배운 것은 빨리 친해지기 위해 한번에 바보가 되었다가, 이튿날 다시 어색해지는 그런 스킬 같은 것이다. 난 그렇게 내가 무리해서, 내가 익힌대로 하면 나도 되는 것인줄 알았어. 그런데 그렇지 않더라고. 난 다시 후회하고 그래서 멀어지고 그래서 다시 좌절한다. 난 그래서 네가 부럽다. 넌 어떻게 사람에게 그렇게 다가갈 수 있는 걸까.
난 서툴지만, 언제나 다가가는 것을 원하고 부러워하고 지향하는 사람이다. 그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나는... 그러니까 말이다. 나는 호텔로 갈 수도 있었다. 더 싼 유스호스텔도 있었다. 그런데 굳이 난 이 게스트 하우스에 머무른다. 느낌이 좋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실제로 좋아. 사람들도 나쁘지 않고. 그런데 난 친해지려는 노력을 안 하고 있어. 아니 하고 싶은데 어떻게 하는지도 모르겠고, 서툰 내 모습이 싫어서야.
이상한가. 이런 거에 고민하는거.
에라 모르겠다. 여기까지 와서 이런 거에 욕심부리지 말자 했는데 어제 이후로, 욕심이 커져버렸다. 하지만 아무것도 하지 못하겠어. 그럼 안 되는 걸까.
어쨌든 이렇거나 저렇거나 그 욕심 땜에 난 다시 외롭다. 때론 마음이 표현해야지만 전달된다는 것이 너무 야속하다. 내가 점점 이벤트 하나로 쌓아놨다 선물로, 기인 편지로 사람의 마음을 얻으려 하는 것이 느는 것 같아 슬프다. 평소에는 표현하지 못하다가 자꾸 그 한 방에 그 모든 것을 뛰어넘으려 해.
안녕 이것이 오늘 나의 마음 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