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황기록

어려운 나날들.

경계 2011. 3. 8. 23:53



그저 어려운 나날들이다. 그럼에도 묘하게 발끝에서 에너지가 올라오는 순간이 있다.

엄마와는 살면서 가장 크게 싸운 것 같고, 나 자신은 요즘들어 왜 이렇게 바보같다는 생각이 드는 건지.
드넓은 이 땅에서 하는 고민과 한탄이라고는 항상 같고, 들리는 소리는 점점 축소되어가고, 발은 게을러졌고, 코웃음은 늘었다.

돈 벌겠다고 하는 알바는 내 뒷 목을 당기게 한다.매장 언니들에게 잘 보이겠다고 과하게 열심히 하는 나를 보면서는 불쌍했고,
남자애들이 나에게 무거운 걸 왜 들고 있냐며 괜히 내가 창고에서 다 빼온 물건을 코 앞에서 가로챌 때 저 놈의 뒷통수를 후려갈기고 싶다라는 생각을 한다. 어서 그런 못 된 버릇을 배웠는지.....
파업 미화노동자의 빈 자리가 화장실에 넘쳐나는 쓰레기로 보여지는 현장이 무척이나 서글펐고 그들 대신에 매장 쓰레기를 치우던 나는 분리수거 하나 제대로 못하는, 그럼에도 먹겠다고 줄을 길게 서 있는 이들의 뒷통수를 또 후려갈기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청경관 시계가 고장나 근무시간 끝났는데도 모르고 일하다 수업을 늦게 들어가는 내가 한심했고 아침부터 먹은 것이라고는 미역밖에 없어 이러다 사람이 당 떨어져 죽겠구나 싶어 수업 끝나자 마자 빵 사러 뛰어 가는 내가 웃겼다.

아무도 내게 그러라고 한 적 없는데 이렇게 살고 있다. 내 삶의 우선 순위는 한 순간에 뒤죽박죽이 되었다. 그러나 최선을 다하고 있다. 최선을 다한다는 말이 면죄부는 아니겠지만 아직은 아무것도 모르겠으니, 지금까지 모르겠다고 뭉개보았으나 아무것도 없었으니 그저 최선을 다할 뿐이다. 그럼에도 발바닥에서 부터 묘하게 올라오는 에너지가 가끔씩 느껴지니 다행이다. 이것으로 사는지도 모르겠다.

오늘은 빠져나오듯이 학교를 나왔다. 경찰들이 학교 앞을 질서라는 이름으로 정리하고 있었고 햇빛은 유난히 넓게 비추고 있었으며 사람은 많았고 나는 그저 눈물이 났다. 그래도 집으로 가는 길을 찾아갔다. 어렵지만 이어지는 나날들이다.
삶은 이어지는 것, 이라는 말이 실감나는 오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