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황기록

아르바이트

경계 2007. 3. 7. 00:37

 
나에게 아르바이트란 넘어야 할 산 같은 것이었다. 고등학교 때 부터 나의 같잖은 생각을 들었던 친구들이야, 내가 과외는 안 할 놈이란 걸 알고 있을 것이다. 분명 그 친구들은 내가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고 돈을 받아 쓰는 것에 엄청난 의문을 지니고 있다.

 아르바이트, 나에겐 뭔가 노동이라는 의미가 크게 있는 행위였다. '나도 노동이라는 것을 해보리라, 내 힘을 바쳐서 그 최소임금을 갓 넘긴 돈을 받고 행복해하리라, 그래서 현실에 살아보리라.'
 
그런 의미였다. 말만 노동하며 떠들지 말자, 내가 노동문제에 관해 크게 관심이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예전 나에게 있어 그런 것은 굉장히 뭐랄까, 정의라는 탈을 쓰고, 도덕이라는 느낌으로 나를 압박했다할까, 괜히 진보라는 탈을 쓰고 싶어했달까, 그런 느낌으로 의무적으로 다가왔다.
 
무튼 난 그래서 대학에 와서 꼭 하고자 했던게, 아르바이트였다. 뭐 이런 글을 쓰는 것을 보면 결국 이놈이 그런데 아르바이트를 못했구나 하고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 지금 난 부모에게 한달에 20만원이라는 돈을 받고 산다.

 분명 과외를 하는 친국가 비웃는다. '니가 과외를 부정적으로 보지만 그래도 난 내 손으로 돈을 번다.넌 결국 가만히 앉아서 돈을 받는 거 아니냐?'

 전혀 아르바이트에 의미를 두지 않고 돈을 벌기 위해 경험을 쌓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는 친구가 말한다.
'니가 아르바이트를 안하고 내가 하다니, 넌 알바 안하냐?'

 모두 납득이 간다. 두 개 모두 내 안에서 내가 나에게 하고 있는 말이다. 하지만 내가 지금 이러고 있는 건 모든 것을 다 떠나 두려워하고 있는 내 자신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나의 어떤 생각도, 치열하려고 하는 욕망도, 지금 내 모습, 아르바이트 하나를 하려고 그 매장안에 들어가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는 내 모습 안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결국 난 그런 아이다. 무엇보다 거절당하는 것이 무지 무섭고, 나 자신에게 전혀 자신감이 없고, 알바 구하시나요? 이 말 한마디를 못하는 그런 아이다. 이번 겨울, 거리에 지나다닐 때는 알바를 구하는 쪽지만 보지만 한 번도 들어가 이야기 해본 적은 없는 그런 한심한 아이이다.  부정할 수 없다. 이런 나를. 용기를 내서 해보라하고 이야기 할 것 이다. 이런 내 이야기를 들은 대부분의 사람은 말이다. 그건 나도 알고 있는 이야기이다. 하지만 그래도 두렵다. 나에게 있어서 이 두려움이란 얼마나 큰 지 과연 전해질까.

 
이런 방식으로 나에게 부딪히는 문제들은 아르바이트 말고도 굉장히 많다. 그래서 노력해봤다. 뭐 그 노력의 차원이 남들에겐 비웃음의 차원일지 모른다. 여름방학, 난 이런 나를 변화시키리라 라는 엄청난 압박을 가지고 생활했다. 결국 아르바이트는 성공시키지 못하고 말았지만, 그렇게 맞은 겨울방학, 난 그런 압박에 너무나 지쳤다.
너무나 바꿔보고 도전해보고 싶지만 그 마음보단  아직 내 마음에 거절당할 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더 크다.

 
난 그런 나를 그냥 조금 더 바라보기로 했다. 아무리 부정해보아도 나에겐 그것을 부정할 만한 능력도 없을 뿐더러, 내가 행복하지도 않다. 그냥 이런 나의 모습을, 나를 만드신 분에게 고스란히 맡기고 기다리겠다. 나의 몸을 감싸고 있는 두려움이란 쇠사슬이 아름다운 목걸이로 나에게 다가올 날이 올까.  

                                                                                                          2007.0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