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정말 너무너무 고마웠다. 나 같이 비루한 애를 그 동안 믿어줘서 고맙고 함께해줘서 고맙고 이런 멋진 ending까지 만들어줘서 너무나 고마웠다. 사실 그 동안 외로웠고 야속하다고 생각했었고 마음이 아팠었고 막연한 미움도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멋진 ending을 선물받고 아름다운 말들을 받고 나니 미칠듯이 고맙고 미안했다. 면목이 없다는 말은 이럴 때 쓰는 거구나 싶었다. 정말 몰랐다. 나는 그냥 이제 끝났다는 사실이 기뻤는데, 너무나 경솔하게 나 혼자 끝맺고 있었는데 생각지도 못한 이런 축복을 만들어준 이들이 참으로 날 부끄럽게 만들었다. 덕분에 지난 1년을 생각했다. 너무 힘들다고 생각했었는데 지금 되돌아보니 뭐 별로 한 것도 없다. 힘들다고 말할 만큼 내세울게 없다. 언제난 옆에는 나에게 ending을 선물한 그들이 있었으며 그들은 나의 징징거림을 받아주고 있었다. 나 혼자 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들도 그 순간 나를 생각했었구나. 나란 존재와 함께 하고 있다고 생각했었구나 라고 생각하니 감격스러웠다. 내가 "저는 1년 동안 Y를 통해 많이 성장했는데 여러분도 대학 Y도 이 1년동안 같이 성장했다고 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라고 말했을 때 "성장했어요." 라는 대답이 정말로 정말로 아주 많이 말로 표현 할 수 없을 정도로 황송했다. 아, 그랬구나. 그렇게 느껴주었다면, 지난 1년이 나의 1년만은 아니었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어찌나 감격스럽던지. 그날 밤 나의 이런 마음을 잘 전달하지 못해 아쉬웠다.
2.
이제 드디어 나는 Y에서 사람을 볼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내가 처음 의장을 시작할무렵 나에게 전국 Y는 '일'이었다. 성과가 있고 평가가 있고 책임이 있고... 그러다 보니 난 항상 답답했었고 힘들었으며 주위를 보지 못했다. 저 친구는 어떤 장점을 가졌는지, 어떤 재주가 있는지, 무엇을 불편하게 생각하고 있는지. 시간이 흐를 수록 난 예전보다 조금은 더 '사람'들을 볼 수 있게 되었다. 따뜻했다. 이제는 말도 잘 건낼 수 있고 걱정의 말도 할 줄 안다. 먼저 팔을 벌려 포옹할 줄 알며 정말 좋아할 수 있게 되었다. 믿을 수도 있게 되었다. 아마 이것이 1년이 지나 나에게 내려진 가장 큰 축복일테다.
3,
나 같이 비루한, 마음이 가난한 이를 따뜻하게 받아 준 그들이 고맙다.
4.
뭐, 대단한 일을 한 것도 아닌데 감상은 길다. 내가 짐을 싸서 이 공동체를 떠나는 것도 아닌데 참으로 감상이 길다. 하지만 이렇게 표현하지 않으면 터질 것 같아 어쩔 수 없었다. 한편으론 이 감정이 매우 불안하다. 이 감정은 시간이 지나 새로운 벽에 부딪혀 깎이고 깎일테다. 난 이 감정을 의심할테고. 그러나 순간을 믿기로 했다. 너와 내가 웃으며 존재했던 그 순간을. 감사한 내 마음을
5.
행복해서 같은 공간안에서 행복하지 않은 사람들의 마음을, 불편해 하는 사람들의 소리를 듣지 못할까봐, 듣지 못했을까봐, 외면할까봐, 외면했을까봐 걱정이 된다. 언제나 귀 기울이자. 귀 기울이고 싶다.
6.
핑계로 미뤄왔던 결정을 내릴 때다. 난 무엇을 할 것인가. 난 무엇을 하고 싶은 것인가. 다행인 건 이것을 나눌 수 있는 친구들이 늘어났다는 것이다. 내가 여기에 있는 동안 누군가는 떠났고 누군가는 돌아왔고 누군가는 다시 떠났다. 누군가는 나에게 찾아왔고 누군가는 내가 불렀다. 에너지가 꽉 찬 이들을 보면 불안하고 질투가 나기도 하지만 힘도 나고 의지도 된다.
7.
요새는 조금은 기대도 될까. 조금은 의지해도 될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고 그간 내가 의지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그냥 그렇다는 것이다.
8.
너무나 감사합니다. 당신은 저를 이렇게 키우시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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