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



시작과 끝이 없는 하루
이상의 말대로 폐벽의 끌음이 앉은채로 아침과 지옥같은 밤이 지나간다
배를 부여잡고 켁켁 거려보지만 그다지 불쌍하지도 가엽지도 않다
앞으로 나아가고 싶지 않은 마음이 이토록 나를 붙잡고 있는 걸까
그저 깊숙이 아주 깊숙이 숨어버리고 싶은 마음을 알아채버린걸까
아픈 것이 답답하다가도 다시 고맙다 너무 고마워 이대로 나를 떠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건강한 몸으로 내밀리는 것이 두렵다 아무런 핑계도 댈 수 없는 몸으로 내밀리는 것이  

약 기운의 무력감 속에서 끊임없이 시간이 흘러간다
1년, 3년 , 5년, 10년
나는 계속 돌아가고 있다. 그저 돌아가고 있다. 지금은 믿을 수 없는 시간으로
나의 현재는 TV 속에만 있다 깜깜한 밤 속에서 색색깔의 시간들이 춤을 춘다
내 시간을 살고 있는 그들이 춤을 춘다 웃고 사랑하고 운다
영원히 그 코 없는 밤은 오지 않을 듯이 

내 폐벽의 끌음이 가라앉는 날 난 목놓아 울 것이다. 
그가 떠남이 너무나 슬퍼서 하루고 이틀이고 사흘이고
난 다시 침대의 이불 끝을 붙잡고 있을테다 
아침이 와서는 아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