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 많은 남성들이 개인적으로 군대에 가기를 원하지 않는 현실과, 그것을 이해하지 않고 군대에 가기 싫은 의사를 공적으로 내지는 집단으로 밝힐 수 없도록 부도덕하거나 부당한 것으로 만드는 공공의 힘 간의 간극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p.217
"나는 가기 싫어도 가는데 왜 너희들만 안 가냐" 라는 논리는 군대에 가는 것이 사실은 모두 다 원하지 않는 것이라는 사실을 공공연하게 강조하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야하는 젊은 남성들의 희생적 측면만을 가시화한다는 것이다. 징병제는 가기 싫은 군대를 간다는 자기 희생을 했다는 사실에서 끝나지 않는다. 자기희생을 했다는 사실에 대한 국민 모두의 공감은 결국 한 사회의 남성적 특권 구조를 유지, 보존, 확대하는데 핵심적 역할을 하고, 국민적 정체성이 남성 중심적으로 형성되는데 중요한 근거가 된다. 역사적으로도 국가 방어의 의무를 다하려는 의지는 이전의 종교적인 힘이나 왕권의 힘 대신 근대적 민족국가를 구성하는 시민의 자발적 충성심의 핵심을 이루는 부분이었다.이 자발적 충성심은 충성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시민권의 자격과 질을 결정한다. p.220
한 사회 내에서 동성애자 남성에 대한 이성애자 남성의 지배, 경제적으로 가장의 역할을 하지 못하는 이에 대한 가장의 역할을 하는 자의 지배, 국방의 의무를 안 한 자에 대한 다한 자의 지배는 일반인들의 남성에 대한 상식적 기대뿐만 아니라 남성을 상정할 때 생각하는 각종 규범과 정상성의 틀로서 제도화되어 있고 문화화되어 있다. 정상성의 틀로서 문화화된 측면을 살피자면 남성을 위한 제 2차 학교로서 이 징병제는 그 효율성을 광범위하게 인정받아왔다.
...........................조성숙은 군대에 갈 시기까지 남자로 태어난 것에 대한 반복적인 회의를 겪기도 하지만 폭력적인 훈련과 어려움을 겪은 후 자랑스러운 대한의 남성으로 다시 태어나는 새로운 남성성의 획득 과정을 이야기 한다. p.222
남성들만의 희생에 대한 보상 논리 외에 "억울하면 여성도 군대 가라"라는 논리는 인터넷 상에서 군가산점과 관련해서 가장 쉽게 자주 사용되던 공격 논리였다. 이는 병역의무의 희생이 단순히 희생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을 남성들이 이미 알고 있음을 보여 주었고, 병역 의무를 다하지 않은 집단 사람들의 사회적 발언권, 노동권, 평등권 등의 주장이 내용적으로 사회적 설득력을 가지며 펼쳐지기가 얼마나 힘든 것인지를 담론상으로 더 공개화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p.225
군가산점 논쟁에서 남성적 연대감이 남녀 간의 성 구도로 발전된 것은 남성적 연대감의 가장 큰 바탕적 힘이 남자답다는 것이무엇인지 남자와 여자는 어떻게 다른지를 확인하면서 오는 연대감이기 때문이다. 군가산점 논쟁에서 남자들은 두 가지 논리로 나누어졌다. 하나는 여자도 군대를 가 봐야 남자들 고생하는 것을 안다와 여자들에게 힘든 일은 안 시키는 남자들의 보호 심리를 고마워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두 논리는 거의 같은 맥락 속에 있다. 여자도 군대 가 보라고 주장하는 것은 여성 징병을 진심으로 원했기 때문은 아니라고 보여진다. 오히려 남성들이 너희들을 보호하기 위해 군대에서 얼만큼 고생하는지를 강조하기 위한 논리이고, "가서 해보면 너희가 할 수 없는 것을 우리가 하고 있는 것을 알게 될 것"이라는 의미를 내포한다. 최근의 여론조사도 이런 분석을 지지하는데 여성은 56%가 여성 징병에 찬성하는 데 반하여 남성은 24.9%만이 찬성하고 있다. 여성들이 못하는 것을 한다는 것은 남성성의 중요한 구성 요소이고, 여자와 다를 뿐만 아니라 여자를 보호할 수 있는 자로서의 정체성은 군대적 남성성에 핵심을 이룬다. p.240
남성 군인들은 '국가 안보'를 남성주의 담론으로만 인식하고 있었는데, 군대에서 여성을 보자 당황했다. "남성들은 자기와 함께 전방의 참호에 있는 여성이 아닌, 저 후방의 어딘가에 있을 여성들을 위해 싸운다고 생각하고 싶어 한다. 같은 참호에 있는 여성은 남성의 자아를 짓밟는다. 그러므로 남성 군인들은 군대의 남성다움을 보호하기 위해 여군을 거부하는 것이다. p.240-241
군대에서 형성된 남성들 간의 연대감과 결속력은 여성성의 비하, 여성성으로부터의 분리와 결별을 전제로 키워져 나가는 것으로 이해할 때 왜 군 가산점 논쟁이 재빨리 성 대결 구도로 발전했는지가 설명된다. p.243
문제는 병역기피가 아니라 '모두 다 가야 한다'는 병역의무의 강제적 평등성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와 개인의 다양한 사상과 의지가 인정될 수 있는 제도 개선을 통해서 일방적 희생 논리나 약자 논리를 사회 전체적으로 극복해 나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p.244
성폭력이 알려지지 않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성폭력의 피해자가 된다는 것은 남성임을 부정하는 것과 동일하게 여겨지기 때문이다. p.256
군대를 남성성이 경쟁하는 장으로 규정했다. "개인의 가치는 남성성의 기준에 의해 판단되며 남성답지 못한 것은 군인답지 못한 것이고 무능한 인간이다. 따라서 이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군인은 불안해하며 자신의 약점을 감추거나 극복하기 위해 노력을 해야한다라는 것이다. p.256
신병은 '남성 이전의 존재'로 취급되고 병장은 남자가 되기 위한 관문을 통과했기 때문에 지배적인 남성성을 획득한 존재이다.
p.257
신병이 남성 이전의 존재로 취급되는 것은, 맘에 안 들 경우 여자로 비유해서 '~년'이라고 부르는 경우에서도 확인되다.
p.257
"성폭력을 당하는 남성은 더 이상 남성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여성성'의 대상으로 존재할 뿐이다. 따라서 공격당하는 것은 '남성'이 아니라 '여성의 이미지'로 대체된 남성이라는 육체이다." 성폭력은 성폭력을 당하는 이를 두 가지 의미에서 여성화시킨다. 즉 그 피해자를 사회에서는 주로 여성들이 겪는 성적 대상으로 환원시키고, 폭력을 당하는 약자라는 의미를 더하면서 여성화시킨다. 결국 성폭력을 당하는 이는 남ㅅ어성이 없거나 손상당한 존재가 된다. 이 속에서 위계질서가 확인되고 자신들의 공격적 남성성을 확인하는 집단 심리가 작용하는 것이다. p.258
이런 남성성의 확인, 위계질서와 성폭력과의 관련성은 비슷한 집단의 문화에서도 발견된다. 남성만이 구성원이거나 남성이 주류인 집단의 성폭력을 다루면서 마이클 스카스는 군대, 교도소, 고등학교 등의 체육부, 여성 배제적인 전통이 있는 대학의 남학생 사교클럽에서 성폭력이 지배 욕구와 남성성의 경쟁 수단으로 일반적으로 이용된다고 밝혔다. p.259
또한 피해자는 약자라는 등식 속에서 어떤 경우든 피해자가 된다는 것은 남자들의 관계를 맺는 유형인 수직적 위계 관계에서 하단에 위치하게 된다. 더구나 남성이기를 포기한 것으로 인식되는 성폭력 피해자가 되면 다른 남성의 부끄러운 존재가 되고 남성으로 재훈련 받아야 할 대상으로 여겨진다.
피해자들이 성폭력을 사고하는 데 가해자 언어에 익숙해 있음을 보여준다. 본인이 그 순간 고통이나 분노를 느꼈어도 그럴 수도 있는 일로 합리화할 수 있는 친근감 내지는 장난 중심의 논리가 상식화, 일상화되어 있는 것이다. p.268
성폭력 발생은 권력 행사 욕구에서 나온다고 본 것이다. p.269
군대의 남성 간 강간은 남성의 우월함이라는 광범위한 영역 안에서 내부 권력 갈등에서 권위를 세우기 위해 일어난다. p.270
심리적인 무력감은 힘이 있는 인간으로 자신의 존재 가치를 보강하고 싶은 강한 본능적인 욕구를 유발한다. 힘이 있는 인간, 뭔가를 통제하는 인간이 되고 싶은 욕구가 일부 남성에게는 성폭력으로 분출되는데 강간 등의 성폭력은 다른 사람의 몸을 지배하고, 당하는 이를 성적 대상화(여성화)함으로써 남성적 힘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기 때문이다. p.271
조직적 측면은 동질성을 갖는 대규모의 군 조직 및 임무 수행에 필요한 동질성을 유지하기 위해 조직상의 강력한 질서를 요구하며, 이러한 질서유지는 엄격한 계급 구조에 근거하는 수직적 관계를 절대적으로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발견할 수 있다. p.271
- 대한민국은 군대다, 권인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