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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교토/오사카

2010년 교토, 12월 13일의 기록


* 따지고 보면 교토에서의 마지막 날, 내일 오후에는 오사카로. 아침부터 하루종일 비가 주룩주룩 내렸다. 자전거를 빌렸었는데, 탈 수 없었다.

아침으로 모닝세트 대신 우동정식을 먹었다. 지금까지 일본에서 먹은 게 너무 없어. 왜 일본은 아무 가게나 들어가도 우동이 맛있는 걸까. 다음부터 힘차게 걷기 시작. 그러나 곧 길을 잃었다. 하지만 결국 도시샤 대학 근처 상점가까지 도착했고, 저번에 봤던 그 떡집이 매우 유명한 떡집이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혼자 마메모찌를 사먹고, 또 걷다가 결국 가고자 한 카페는 찾지 못하고 이치조지로 빙 돌아, 교토 조형예술대학 앞 오가와 커피 까지 와 버렸다. 이미 내 워커는 다 젖었다. 비가 와서 기분이 처진 건지, 의기소침 해졌는지 가게에 선뜻 들어가기가 힘들다. 
게스트 하우스에 잠시 들렀다 가고 싶었는데 그냥 다시 또 걸었다. 어제와 같은 길을 반복하고, 결국 아침에 보았던 coffee maki에 안착. 1963년 부터 있던 카페라나.
비가 오는 날이어서 그런지 시간은 별로 안 되었는데 어둑어둑 하다. 

거기서 다시 너에게 편지를 썼다.

000,
오늘도 너에게 편지를 쓴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네게 말한다 생각하면 말이 잘 나온다. 오늘은 실제로는 마지막 날인 셈이다. 침대에서 일어나기 싫은 것을 억지로 일으켜 씻고 게스트하우스를 나섰다. 자전거 대여료를 지불했는데 비가 내린다. 그것도 많이. 결국 자전거는 타지 못하고 우산만 꺼내서 들고 나왔다. 어젯밤엔 꿈을 많이도 꾸었다. 좋은 꿈은 없었다. 어젯밤엔 서울의 합정집과 내가 하고 싶은 일에 관한 것과 이 게스트하우스에서 어정쩡하게 있는 나를 생각하며 결국 나를 막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를 생각하며 잠을 청했다. 자전거를 오래도록 타서인지 얼굴에서 엄청난 열이 났다. 난 밤이 싫다. 여기에 와서 분명해졌다. 난 밤이 싫다. 

어제도, 오늘도 난 무엇인가를 찾아 헤매었다. 그건 무엇이었을까. 내 머릿속에 있는 따뜻하고 아름답고 적당히 영혼이 있고 적당히 외로운 공간. 여행자인 내가 그 공간을 찾는 방법은 바로 카페를 찾는 거였겠지. 처음에는 집 앞에 있는 카페로 만족한다 싶더니 계속 누군가가 소개한 좀 더 멋드러진, 그안에서 그를 소비할 수 있는 그런 곳을 찾아 계속 헤매인다. 그러나 그것은 과연 가능한 일이었을까. 막상, 발견하면 나는 실망한다. 혹은 들어가지 못한다. 나는 또 더 좋은 것이 있을거야 라며 주문을 걸며 계속 걷기 시작한다. 

다리, 허리, 발바닥 안 아픈 곳이 없다. 먹은 것은 별로 없고 걷기만 해서 자주 머리도 아프다. 그래도 쉽게 들어갈 수가 없다. 여기는 홍대, 합정 같지 않아서 무언가 모여있는 것이 없다. 그것이 처음에는 좋다가 이렇게 내가 헤매일 때면 야속해지기 시작한다. 

오늘도 역시 난 엄청난 거리를 걸었다. 아 여기겠지 싶으면 나는 다시 이전에 있던 곳으로 돌아와 있다. 그 절망감, 난 그저 조금 다른 길을 좋다며 걷다가 결국 다시 그 자리에 있다는 것이다. 결국 다시 게스트 하우스 근처로 돌아와있다. 
난 무엇 때문에 공간을, 카페를 찾아 헤매이는 것일까. 막상 들어가지는 않으면서 말이다. 무엇을 찾아 그토록 헤매이는 것일까. 커피 맛도 아니고, 분위기도 아니고. 곰곰히 생각해보았는데 혹여 그 안에 사람이 있기 때문일는지도 모르겠다. 카페엔 주인의 이야기가 있고, 그곳에 모이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다. 나름의 철학이 있고, 일상이 있고 다시 사람이 있다. 하지만 한 번 가서 그것을 알기란 쉽지 않지. 그저, 비껴나온 그 것들을 몇 시간 동안 관찰하고 소비하다 나오는 것이 내가 하는 일의 전부다. 일종의 관음증일까. 

어쨌든 난 결국 사람-인간-이야기를 찾아 내 마음 둘 곳을 찾아 이렇게 헤매이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러한 나의 기대는 채워질리 없고 난 쉽게 절망하곤 한다. 




배가 고파 케익을 샀다. 게스트 하우스 사람들과 같이 먹으려고 샀는데, 도착했더니 그런 분위기가 아니네. 그냥 방으로 가지고 올라가 하나는 내가 몰래 먹고, 하나는 냉장고에 남겨두었다. 떠나기 전 크리스 마스선물이라고 줄 생각이다. 생각해보니, 크리스마스가 얼마 안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