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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기록


2월 14일 화요일 

궁 세미나 스콘을 구워주었다. 레시피를 응용했더니 맛이 불안하다.
그래도, 따뜻한 맛에 난 그럭저럭 먹었는데..
세미나 할 동안 난 올라와 연준과 떡볶이 순대 만두를 먹었다. 배가 터질 지경이었다.
내려갔는데 궁이 아무말도 안했다. 잘 끝났어? 라고 물었는데 뭔가 신통치 않은 표정이다.
난 괜시리 쫄아 스콘 맛에 대해선 묻지도 않았다. 섭섭했다. 부끄러웠다. 괜히 찔러 물어봤다가 쓰디쓴 답변만 돌아올까봐 가만히 있었다. 앞으로는 나서서 굽는다고 하지 않을테다. 난 칭찬을 해줘야 춤을 춘다.

2월 15일 수요일

산책을 갔다가 김종철 선생님 강연을 들으러 갔다.
저녁엔 코에서 세미나?를 했다. 농촌에 내려갈 마음이 안 먹어진다.
미루카레 빵은 그저 그랬다.
회의를 했다. 난 반사적으로 피하기만 한다. 대면할 수가 없다.

2월 16일 목요일 

상담을 하러 갔다. 무섭다.
르꼬르동블루에 갔다.
가장 큰 수확은 우스블랑을 우연히 발견한 것이다.
위에서 잤다.

2월 17일 금요일

아침일찍 일어나 세브란스에 눈 검사를 하러 갔다.
망막에 구멍따윈 없단다. 하지만 난 왜인지 너무나 우울했다. 
현대백화점에서 샐러드를 사먹고 집에와 마구 자다가 점심을 먹고 드라마만 보다가
다시 일어나 씨리얼을 먹고 이 짓 중이다.
내일은 은주 알바 땜빵을 가야 하는데.. 일찍 일어날 수 있을까.

 2월 19일 일요일

: 8,9 년 만에 꿈에 네가 나왔다. 너는 나에게 나의 손을 잡고 뛰었을 때는 따뜻하지 않았다고 하였다. 나는 그 말을 듣는 순간, 어색함을 털털함으로, 투박함으로 바꾸었던 자신이 부끄럽고 괴로웠다. 난 왜 어깨동무를 했을까. 왜 허허 대며 말을 했을까. 넌 다른 아이와 나를 비교하며 이야기를 했고 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화면은 내가 화가 나 컵을 깨버리는 순간으로 바뀐다. 내가 만든 도자기 컵은 산산조각이 났다. 파편들은 내 손에 촘촘히 박혔다. 컵을 깨며 난 네가 이런 나를 돌아보기를 바라고 있었다. 하지만 이 이후 순간부터 넌 등장하지 않았다. 누군지 모를,하지만 느낌상으로는 굉장히 친한 친구가 내 파편을 빼주기 위해 애쓰고 있었다. 하지만 친구는 번번히 박혀있는 파편을 발견하지 못하였고, 내 피부는 점점 벌어져 상처 사이로 커다란 파편과 속살이 드러났다. 그렇게 화면은 정지되었다. 괴로웠다. 일어나니 꿈이었지만 힘들었다. 자꾸만 아직 빼내지 않은 파편들이 머릿 속에, 벌어진 속살이 머릿 속에 멈춰있다. 아침이 가고, 점심이 가고, 저녁이 되자 숨어있던 어젯밤 꿈들이 찬 바람을 타고, 정직하고 성실한 배고픔을 타고, 익숙했던 지하철 정류장을 타고 스물스물 기어온다. 아직 컵의 파편은 내 손바닥 안에 있다.

: 어지간히도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은 없었지만 고집은 세었고 자존심은 쓸데없이 높았다. 없는 자신감을 포장하고자 이런저런 노력을 한 흔적이 그러다가 상처입고 사납게 방어했던 흔적이, 그 찌질하고도, 공격적인 방어가 비난받았던 흔적이, 가끔 갑자기 자신감이 넘쳐 오버했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입술은 그 때도 환하게 웃질 못하고 삐죽거렸으며, 큰 여드름이 오른쪽 볼에서 바알갛게 익어가고 있었다.